도대체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닭발이 땡길까?
떡볶이가 주식이던 10대 때는 매운 음식으로 삼시 세끼를 먹을 정도로 매운맛을 즐겼었다. 그중에서도 숯불향이 가득 나는 불닭을 가장 좋아했었다. 점심에 떡볶이를 먹고 저녁은 불닭을 먹는 날이면 언니가 나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하며 대단하다고 했었다.
성인이 되고 대학을 졸업하면서 혼자 자취를 하다 보니 지금처럼 1인분을 파는 음식점이 없었을 때라 자연스럽게 매운 음식을 먹는 날이 적어졌다. 그렇게 한 세월을 보내니 매운맛에 대한 내성이 낮아져 이제는 맵찔이가 되어 버렸다.
맵찔이의 삶을 살던 중에 언니가 닭발집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웬만한 닭요리는 다 먹지만 닭발만큼은 먹지 않았기에 아무리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권해도 미지근한 반응만 보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동생이 마요네즈에 찍어먹으면 맛있다고 맛만 보라고 하길래 그날따라 뭐에 씌었는지 마요네즈에 닭발을 찍어 먹었다. 이게 웬걸. 뭔가 풀리는 기분이 들면서 계속 손이 갔다. 그날 닭발을 극찬하면서도 매운맛에 혀가 아려서 울면서 먹었다.
그 후로 요 몇 달간 닭발맛집을 찾아다녔다. 스트레스 좀 받았다 싶으면 닭발이 생각났다.
그렇게 내 스트레스 약은 닭발이 되었다.
스트레스받을 때 닭발이 땡기는 이유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때가 오면 어떤 사람은 빵을 찾고, 어떤 사람은 담배를 찾고 어떤 사람은 매운 걸 찾는다. 이런 걸 찾는 이유는 순간적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느낌은 우연이 아니다. 과학적인 이유가 있는 합당한 행동이다.
자극적인 매운맛이 주는 매력
매운맛을 느낄 때 우리 뇌는 몸에 신호를 보낸다. 매운맛을 내는 주성분인 캅사이신은 사실 미각이 아닌 통각을 자극하는 물질이다. 혀에서 캅사이신이 느껴지면 우리 뇌는 이를 위험 신호로 인식하고, 즉각적인 반응으로 엔도르핀과 같은 행복 호르몬을 분비한다.
이 호르몬은 일시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고, 스트레스로 인한 불쾌감을 상쇄시켜 준다.
이러한 자극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 놓은 우리를 잠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숨통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스트레스 해소를 빌미로 느끼는 성취감
또한 매운 음식은 단순한 맛 이상의 ‘극복’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준다. 매운 음식을 먹을 때 혀와 입 안에서 뜨겁고 얼얼한 느낌을 견뎌낼 때 느끼는 경험은 도전 과제를 완수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스트레스가 몰아칠 때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스로에 대한 작은 승리를 쟁취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다.
실제로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종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느끼며 매운맛을 즐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매운맛을 견뎌낸다는 것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놓였어도 자신이 이를 이겨낼 만큼 강하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매운 음식이 가져다주는 리프레시 효과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우리는 땀을 흘리고, 얼굴이 빨개지며, 체온이 순간적으로 올라간다. 이러한 물리적 반응은 몸을 새롭게 리프레시해 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땀을 흘리며 한층 개운해진 느낌을 받으며 일종의 간단한 운동을 했을 때와 비슷한 효과를 내어 스트레스로 쌓인 긴장을 잠시나마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
감정적으로도 과학적으로도 스트레스엔 닭발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 닭발이 땡기는 이유는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었다. 매운맛이 주는 자극, 이를 견뎌내는 성취감, 그리고 신체적으로 리프레시가 되는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근거를 알기 전부터 이미 닭발로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는데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하니 뭔가 더 먹어도 될 것 같은 안정감이 든다.
이번주 스트레스도 닭발로 날려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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