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맛있는 닭발을 누가 처음 먹기 시작했을까?
이번주 스트레스도 닭발로 날려 보내며 유심히 닭발을 보았다. 징그럽다고 안 먹겠다고 한 게 언제인지도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이제는 이 생김새가 맛있어 보이는 것이 참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나 보다. 아무리 봐도 비주얼적으로는 정말 맛있게 보인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닭발 특유의 쫄깃한 식감에 얼얼한 매운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에 넘어가 오늘도 닭발을 먹고 있지만 닭발의 비주얼에 가끔 흠칫할 때가 있다.
도대체 누가 닭의 발을 요리 해 먹기 시작했을까?
이 식감과 이 맛을 어떻게 조합할 생각을 했을까?
닭발 요리의 시작
지금은 보편화된 흔한 음식이 된 닭발은 그 비주얼과 조리법으로 인해 가난했던 시절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하다 하다 닭의 발까지 먹기 시작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예전 기록을 찾아보면 생각과는 달리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려는 싸구려 음식이 아니라 닭발은 제왕들이 즐기던 고급 요리였다.
닭발은 고급 음식이다
실학자 이덕무가 집필한 청장관전서에는 산해진미로 곰발, 닭발, 제비 넓적다리, 오랑우탕 입술 등이 있다고 적혀있다. 그가 닭발을 천하진미라고 말한 것은 3세기 이전 중국 서진의 학자 장협의 문장을 인용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임금은 닭발을 한 번 먹었다 하면 수천 개를 넘게 먹어야 만족했다는 기록도 있다.
한국 닭발 요리의 시작
우리 나라에 본격적으로 닭발이 널리 퍼지기 시작한 것은 한국 전쟁 이후이다. 전쟁 직후 한국은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다.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었던 그때의 많은 사람들은 값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를 요리하는 법을 찾아야 했고, 닭발은 그러한 식재료 중 하나였다. 전쟁 직후의 상황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거리 음식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매운 양념이 더해지며 닭발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안주가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닭발을 사랑하는 이유
요즘 닭발은 단순히 술안주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닭발 먹기 도전'처럼 강한 매운맛에 도전하는 문화가 있듯 닭발의 강렬한 매운맛은 사람들로 하여금 도전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식사시간은 결국 친구들과 함께 먹고 땀을 흘리며 매운맛을 극복하는 경험으로써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닭발 요리
한국 외에도 다른 나라에서도 닭발요리는 인기가 많다. 우리나라의 매운 양념과 달리 자국의 입맛에 맞는 양념으로 요리하여 즐긴다. 중국은 간장 베이스의 양념으로 만든 딤섬 봉타오를 즐기고 필리핀은 전통 조리법인 아도보방식으로 닭발을 요리해서 먹는다. 태국에서는 얌 케오라는 닭발을 사용한 매콤한 샐러드가 인기가 많다.
결국 맛있는 닭발은 비주얼이 중요하지 않다.
닭발의 비주얼은 확실히 호불호가 갈린다. 특히 뼈있는 닭발은 닭의 발가락과 발톱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들은 기이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내가 그랬다. 이 걸 굳이 왜 입에 넣어서 발가락과 발톱을 입 안에서 발골하면서 까지 먹어야 하는지 이해를 못 했었다. 그러나 닭발은 닭발을 먹어야만 느낄 수 있는 유일무이한 쫄깃쫄깃한 식감과 맛이 비주얼에 대한 선입견을 깰 만큼 맛에서 큰 매력을 가진 음식이다. 이러한 음식이 또 있나 싶을 정도로 닭발은 시각적인 면과 미각적인 면이 서로 대비된다.
닭발의 겉모습을 넘어선 맛과 식감이 반전매력으로 다가가 사람들에게 더 사랑을 받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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